아트리(喆) 2009. 4. 21. 22:18

음...

서정윤의 홀로서기 그이후..라는 책에 나온 글이다.

별에게 묻다 라는 고두현 님의 시에 대한 부연글인데...

글이 많이 공감가서 옮겨본다.

 

'그립다'는 말이 침묵 위에 던져졌다.

그리고 깨졌다. 이 말은 좋지 않은 약품처럼 흰 연기로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우리는 그말의 파편들로 인해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물 위에 커다란 돌멩이가 떨어졌을 때처럼 그 파문은 점차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들면서 자신의 온몸을 이루는 액체들을 뒤흔든다.

이 일은 작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바위에 부딪혀 깨지는 바다의 파도처럼 깨질 줄 알면서도 바위를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는 그런 말이 곧 그리움이다.

  처음 그 말을 했을 때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가슴속에 남은 작은 씨앗은 점차 크게 자랐다.

풍선껌처럼 부풀어 올랐고, 잠깐 사이에 나갔던 말까지 함께 되돌아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중독된다.

그리고는 나를 완전히 휘감아 손가락 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완전한 무력감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움이 침묵으로 존재할 때는 견딜 만했다.

가슴 한쪽에 아리한 통증은 있어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그 침묵이 깨지고, 어떤 생명체의 촉수처럼 끈적이며 나를 휘감아 올 때 그리움은 내 생명의 촛불을 끄는 바람이 된다.

  말하지 않고 침묵에 자신을 맡길 때이다.